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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0 00:08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좋은 멘토가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면 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스타워즈의 루크에겐 오비완과 요다가
매트릭스의 네오에겐 모피우스와 오라클이
타짜의 고니에겐 평경장이 있었던 것 처럼 말이다.



[알고보면 다들 기술자들]

하지만 현실은 영화랑 다르다. 혼자 발버둥치다 지쳐버리는 일상이 되풀이되기 십상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글쎄.. 해결책이라기 보다는 그 동안 지내오며 보고 느낀 몇 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하지 말것!

멘토가 없다는 걸 막연히 한탄만 하기



[...]

흔한 착각

1.멘토는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는 사람도 아니고 과외선생도 아니다.
본인이 혹시 당신 바라는 멘토가 그런 사람이라면 그건 단순 이기적인 욕심에 가깝다.

2. 또 멘토는 자신의 곁에서 '널 언제나 지켜줄게'라는 말을 할 것만 같은 느낌으로 지속적으로 지도해주는 사람도 아니다. 1년에 한 번을 만나도 받은 가르침이 자신의 삶을 이끌어 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3.멘토는 나 보다 뛰어난 사람?
대부분의 사람들은 멘토를 찾을 때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찾는다. 그것도 모든 분야에서 자신보다 훨씬 앞서있기를 바란다. 사실 멘토가 (뛰어나서 나쁠거야 없지만) 해당 분야에서 꼭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어야 하는 건 아니다. 이를텐면 서울대를 나온 선생님에게 배워야만 서울대를 갈 수 있는건 아니다. (비슷한 말로는 '히딩크가 박지성보다 축구를 잘해서 감독을 하는것이 아니다'라는 표현도 있다)

자신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잠재력을 찾아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에게 필요한 멘토다.

4. 롤모델(Role Model)과 멘토도 다르다.


롤모델과 멘토의 차이점은, 롤모델은 본받을 만한 어떤 사람의 '현재 모습'이고 멘토는 그 모델로 가기 위한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다. 따라서 둘은 다르다.

'그래 알았다 치자. 그럼 대체 나의 멘토는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우리팀, 우리 부서를 몰라서 하는 말인것 같은데, 당췌 배울 선배가 없단 말이다!'

음...


Mentor is everywhere.

고전적이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조언이 하나 있다.

三人行則必有我師(삼인행칙필유아사)
동행이 세 사람만 되도 그 안에 스승이 있다.

모든 부분에서 나를 앞서는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을 스승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배울수 있는 부분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에게 스승이 되고 멘토가 될 수 있다. 나이가 많고 적음을 따지거나, 성별을 따질 필요 없다. 중요한건 겸손함과 노력하는 자세만 준비되어 있으면 주변에 멘토는 많다.

만약 팀내에 없다면 회사내에서 찾고, 회사 내에서 없다면 회사 밖에서 찾고, 책에서 찾고, 모임에서 찾으면 된다. 가르침을 청하고 묻고 배우고 귀 기울이면 된다. 난 그런식으로 성장하는 많은 사람들을 봤다. 사회적 편견이나 선입관을 자제하고 용기를 내면 누구나 자신의 멘토가 된다. 

여기서 깜짝 퀴즈 하나.

굴뚝청소를 마치고 내려운 두 아이의 이야기가 있다.
한 아이는 얼굴에 검댕이가 묻어 있고, 한 아이는 묻어 있지 않았다.
누가 세수를 하겠는가?



답은 얼굴에 검댕이가 묻지 않은 아이다. 두 아이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의 모습을 추측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가 아니면 -에서도 배운다.


어쨌는 마음이 열려 있고 노력을 기울이면 멘토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든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

자. 그럼 지금까지가 일반론이라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주변에 후배만 잔뜩, 혹은 배울 사람이 없다 느낄 때 취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예전 혼자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던 시절, 멘토가 생겨도 시원찮을판에 후배가 한 명 들어왔다.
그 때 내가 했던 일은 가장 빠른 시간내에 그 후배를 내 수준으로 어 올리는 것이었다.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현재 내가 하고 업무처리시의 사고방식에 대해 후배가 이해하고 마찬가지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좀 빡세게 가르쳤다. 간단한 질문에도 바로 답을 알려주지 않고 계속 질문하고 추리하게 하고 또 질문하고 추리하고 시험해 보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후배는 날 꽤나 미워했을 거다. (안 그래도 되는데 몇 년뒤에 만나서 정말 그랬다고 내게 말해줬다. 고맙다. 이녀석아!)

어쨌든, 그 결과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 2년간 바닥을 굴러가며 배운걸 가르쳐서 비슷한 수준으로 만드는데 4개월이 채 안걸리는구나..(허망... 여길 떠나자...)
둘. 멘토가 되(려고 마음먹)었더니 정말 멘토가 되었다.

왜 그랬을까? 멘토를 찾기만 했지만, 내가 멘토가 될 생각은 왜 못했을까? 없다고 아쉬워할 또 다른 나같은 사람에게 전해 줄 수 있는게 있는데 말이다. 부디, 멘토를 찾기만 하지 말자. 때로는 부족하다 생각이 들어도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스스로 멘토가 되자. 멘토는 누가 임명하는 것이 아니다. 멘토가 되려고 마음 먹으면 멘토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멘토가 없다고 아쉬워 하는 다른이에게 도움이 되자. 그러면 그 전엔 배우지 못했을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밴드에서 가장 연주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걸 위해 내 밴드를 버리고, 동료를 버리고 떠나진 말았으면 좋겠다. (
담론 중에 밴드에서 가장 못하는 사람이 되어라는 말이 있다. 그래야 많이 배운다는 뜻이다.) 내 밴드가 나만큼 되지 못하면 나만큼 하게 만들면 된다. 그리고 같이 성장해 나가자.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말이다.



자.. 이제 길고도 긴 이야기에 마무리를 할 시간이다.

이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중요한 자세가 하나 있다.

그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열린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다. 본인의 의견이 틀릴 수 있음을 항상 전제로 마음을 열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능력이다. 참고로 이건 굉장히 어려운 능력이다. 자신의 실력과 지위가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더더 유지해 나가기 어려운 능력이다.

그럼 그런 자세 유지 방법은?

글쎄... 방법은 노력하는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나도 못하기에 노력하는 부분이라 뭐라 할 말이...)


ps. - 주의사항 -

자, 노파의 마음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이야기 드리는 유의 사항이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틀린부분을 찾기보다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찾아라.
내가 하는 이야기가 100% 와닿지 않을 수 있고, 일부분은 견해가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심지어 어떤 내용은 나의 이야기가 명백히 틀린 이야기일 수 있다. 그래도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아라.

'누가 그런거 모를까? 나도 걸러 들을 능력은 된다구!'

비단 이 글 뿐아니라 다른 상황에서도 우리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하나 있다.


한 가지 오류로 전체를 부정해선 안된다.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부분은 최대한 받아들이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보류해 놓으면 된다. '이런 사안에 저런 의견도 있었다.' 정도로 남겨 놓으면 충분하다.

UML만 보더라도 강조하는 부류와 가볍게 보는 부류는 흔히 대립되곤 하는데, 양쪽의 의견은 보통 주장하는 바가 맞곤 한다. 마치 '그래 네말이 맞다. 옳거니, 네 말 또한 맞다.'식의 물렁물렁한 대답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주의 깊게 들어보면 보통 주장하는 부분(Aspect of developmet)이 각각 조금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전체를 부정하지 말고 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게 '멘토'라는 것에 대해 내가 배우고 느낀 것 들이다.
부디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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